권태기인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도 민망해질 때가 있다. 1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권태기인 것 같은데, 본인은 아니라고 하고 약간은 의무적으로 “출근했다, 하루 잘 보내, 밥 먹었다”는 메시지는 보내요. 권태기인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본인이 나쁜 사람인 것처럼 되는 게 싫은 건지, 그냥 본인도 노력하는 중인 건지 모르겠어요. 난 이 사연 읽는데 사연의 본질보다 되게 거슬리는 게 “하루 잘 보내”라는 말이에요. 되게 가까워진 연인 사이에서는 이런 문장을 잘 안 쓰지 않아요? 난 좀 형식적으로 어색한 사이거나 안부차 연락한 사람들한테 “좋은 하루 보내”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지 연인 사이에 “좋은 하루 보내” 이런 식으로 얘기 잘 안 하지 않나? 진짜 형식적으로 너를 대하고 있다, 이걸 심어주는 느낌인데. 근데 무엇보다 지금 사연 적어주신 거였어. 제가 유추를 하자면 1년 넘게 만난 남자친구가 권태기, 이거잖아.
개인적으로 기간을 딱 정해 놓고 뭐가 뭐다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데 저는 권태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감정이다라고 생각을 하는 주의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거는 좀 힘들어 보이는 게 권태기라는 것 자체가 1년 정도에 찾아왔다. 그러면 해결될지 안 될지를 놓고 접근할 문제조차 안 된다고 생각을 해. 권태기라고 하면은 못해도 상당 이상 기간이 지나고 나서 오면 모를까 1년 정도 만나고 권태기가 왔다는 거는 그거는 권태기가 아니라 사랑이 식었다는 느낌이 더 가까울 것 같은데,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그런 감정은 아닌 것 같아요.
“1년 만에도 권태기가 충분히 올 수 있지 않나요?”라고 하시는데 1년 만에도 권태기가 충분히 올 수 있는데, 제가 얘기하는 건 제가 접근하는 방식은 당사자들은 권태기라고 느끼는데 정작 그건 권태기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1년 만에 권태기 충분히 올 수 있지. 근데 그걸 자세하게 따지고 놓고 보면 그건 권태기가 아니고 다른 감정이라고. 여러분들은 권태기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접근하고 있으면 내가 얘기하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될 텐데. 권태기는 지나가는 감정이에요.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수 있는 감정. 근데 사랑이 식고 마음이 뜨는 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감정이에요.
그렇게 치면 결혼한 부부들은 어떻게 살아? 권태기가 오면은 권태기랑 마음이 뜬 거를 어떻게 구별하냐고? 몰라. 예전에 박사님이 썸네일로 쓴 거를 내가 보긴 봤는데 영상에서 뭐라고 얘기하셨는지를 내용은 내가 못 봐 가지고. 거기서 서원 님은 두 개의 차이점을 뭐라고 하던가요? 권태기는 돌이킬 수 있고 마음이 뜬 거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뭐야? 나랑 똑같이 얘기하네. 앞서 말씀드렸던 거에 이어서 제가 당사자분 사연을 보고 왜 이건 권태기가 아니라 사랑이 식은 거라고 판단을 했냐면 여러분들이 직접 머릿속으로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과 권태기야. 지금부터 제가 얘기하는 걸 머릿속으로 한번 그려보세요. 그러면 확실하게 정리가 돼. 상대방이 나한테 의무적으로 “출근했다, 하루 잘 보내, 밥 먹었다.”
세 문장의 텍스트로만 볼 때 권태기였으면 통보를 하는 게 아니라 그래도 질문은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말로 인해서 그 상대방과 관계가 더 틀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 단계. 딱 거기까지가 권태기예요. 내가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권태를 느끼고 있긴 하지만 여기서 더 관계가 악화되는 걸 원하지는 않아. 이게 권태기입니다. 내가 내뱉는 말들로 인해서 이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나는 상관이 없어, 까지 가야 사랑이 식은 거예요. 상대방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신경 쓰는 단계. 딱 거기까지가 권태기라고 보면은 그 남자는 형식적이라도 “출근했다”가 아니라 “출근했어”를 먼저 보내고 “나도 출근했어”가 돼야 될 것이고. 대신 여기서 감정이 이전에 관계가 원만하고 괜찮았을 때보다는 조금 형식적인 느낌은 들 수 있는 거지. “밥 먹었다.”
가 아니라 “밥 먹었어?” 그리고 상대방이 무슨 대답을 하면 “어 나도 먹었어” 혹은 “뭐 먹었어?” 그러니까 권태기는 이런 거예요. 내가 이 사람과 애정 어린, 애정 섞인 텍스트를 주고받기에는 갑자기 뭔가 어색해져 있는 상태. 원래 하던 걸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는 느낌. 갑자기 이런 것조차 물어보지 않으면 형식적인 안부조차 묻지 않으면 이 관계는 완전히 여기서부터 더 악화될 거라는 걸 남자도 직감하고 있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는 의문문이 나오지 질문을 하게 되지 절대로. “뭐 했다. 너도 그거 해라” 이런 식으로 딱 끊고 상대방이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내가 내뱉을 수가 없어요. 솔직히 권태기를 느끼고 있는 당사자들은 상대방한테 미안한 감정까지는 느낍니다.
사람이라면. 그렇기 때문에 나로 인해서 상대방도 어색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걸 어떻게 하면은 빨리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만 상대방한테 솔직하게 터놓을 수는 없는 상태인 거예요. 내가 권태기인 것 같으니 이렇게 했으면 좋겠고 저렇게 했으면 좋겠고 아니면 얼마나 기다려줬으면 좋겠고 나는 내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안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가 없어. 그렇게까지 하기에는 내가 권태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너한테 이렇게 옛날처럼 구구절절 속 터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태. 그렇기 때문에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은 ‘아 얘가 약간 이런 느낌인 것 같은데, 이럴 땐 가만히 내버려 두면 해결이 나겠지’ 조만간에 이런 느낌조차도 본인이 안 들잖아. 그러면 이거는 사랑이 식은 게 확실하죠. 그래서 여기서는 더 이상 긍정적인 가망은 없어 보여요. 잔인하지만은 확실한 건 물음도 없고 구구절절 말도 사라진 건 맞고요.
그러면은 권태기인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도 민망해질 때가 있다. 겪어보신 분들은 이해가 좀 되실 텐데 상대방이 권태기인 걸 알고 있으면 그나마 나아. 근데 상대방이 내가 권태기를 느끼고 있다는 걸 모를 때도 있잖아. 권태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권태를 느낀 지 얼마 안 된 진짜 초기 상태면. 나는 권태긴데 정작 상대방은 내가 권태기인지 아닌지를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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