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때 심장 쿵쿵거릴 때 어떻게 이겨내냐고요? 뭐 싸울 일이 잘 없어서 그 기분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안 느껴본 지 오래됐어요. 근데 뭐, 뭔 말하는지는 알아요. 아마 옛날에는 그런 걸 느껴봤으니까. 근데 그거는 나이 들면서 점점 사그라드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약간 부질없다는 게 느껴져요. 지금 당장에 내가 소리 지르고 언성 높인다고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연애하다 보면은 싸우게 되잖아요. 어쩌다가 한 번씩 싸우면, 누군가 하나가 말을 아낄 때 그 아끼는 모든 면들을 보면서 상대방이 ‘저 사람은 말을 아끼면서 생각을 깊게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데, 말을 아끼고 대꾸를 안 하고 있으면 ‘왜 내 말을 씹지?’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연애하고 계시는 분들은 진짜 상극이니까 그냥 끝내세요. 거기서 둘이 뭐, 연애와 싸울 수는 있어요. 다툴 수 있다, 이 말이지.
근데 어느 한쪽, 둘 중에 누군지 몰라. 여자가 됐든 남자가 됐든 한쪽이 삭이는 쪽이야. 그러면은 상대방 쪽에서도 ‘아, 저 사람은 삭히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 사람도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대화를 해봐야겠다.’ 이러면서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근데 ‘너는 도대체 맨날 내가 화내는 게 뭔지 알면서 왜 또 입 꾹 다물고 있냐고, 무슨 말이라도 하라고!’ 막 이러면서 윽박지르는 사람이 있어. 옛날에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
너무 답답했었거든. 지금 생각해보면은 그 사람이 어쩌면 이 말을 내뱉기 전까지 신중하기 위해서 좀 생각을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은데, 내가 너무 닥달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내가 했었단 말이야. 그래서 그게 안 맞으면은 앞으로도 계속 싸울 때마다 반복이야. 제가 방송 좀 지속하고 나서부터 조심스러워서 속단하진 않는데, 이거는 진짜 한두 번 해 가지고 안 맞는다 싶으면 거기서 끝내는 게 맞아요.
차라리 둘 다 그런 성격이라서 속이 터지는 한이 있어도 어떤 한쪽은 이런데 어떤 한쪽은 참을성이 너무 없어. 그러면 그게 둘 중 하나가 변화되지는 않아. 말을 안 하고 참는 사람이 상대방이 답답해하니까 ‘무슨 말이라도 다음부턴 빨리 해야겠다.’ 이렇게 변하지도 않고요. 절대 불가능하고요. 그렇다고 그 참고 있는 상대방을 보면서 ‘아, 이 사람은 한마디 한마디가 신중한 사람이니까 내가 좀 더 참고 기다려줘야겠다.’ 이렇게 변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는 무조건 그냥 접점이 없다, 생각하세요. 이제 풀어나갈 일만의 가능성조차 거의 보이지 않겠구나 생각하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고 포기를 하면서 그냥 살든지, 앞으로 그냥 안 싸우면 되겠지 이렇게 될 거 아니까 그냥 싸울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만나는 건 모르겠어. 근데 그것도 불가피하게 계속 싸울 일이 생겨? 그러면 이 두 사람은 너무 안 맞아. 진짜 맞출 수가 없는 조합이야.
그러니까 괜히 뭐, ‘내가 그런 성향인데 나는 앞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위해서 조금 더 빨리 생각 정리를 해서 내뱉어야겠다. 그 자리에서 풀어야겠다.’ 이거 생각하지도 말고, ‘내가 좀 더 참아줘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가 있잖아, 원래 참는 성격인데 말을 빨리 하게끔 변하든지, 아니면 내가 원래 지금 당장 막 풀어야 되는 상황인데 참고 인내해 줄 수 있는 정도의 내공이 쌓여서 나이가 들어 가지고 어느 정도 생각이 깊어져서 그렇게 변하고 난 상태에서 그 사람, 둘이 딱 만나면 그때부터 맞아.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과정인 거지.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는데 결국엔 안 맞더라. 그러니까 내가 변해야 되는데 내가 변하기도 쉽지 않고, 그래서 내가 잘 맞는 사람이랑 만나야 되겠다. 이걸 깨닫기 전까지의 과정이라고. 그게 되고 나서부터 그냥 만나요?
제가 너무 속상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는데, 너무 안 맞는 사람이랑 맞춰 갈려고 하는 것도 곤욕이야. 힘들어. 연애하는 사람 중에, 연애 막 시작하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들 분명히 있을 거예요. 한 번 싸웠어, 크게 다투었어. 무슨 이유 때문이든. 그래서 풀어야 되는데 연락이 안 됐다거나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이 나왔다거나 이런 상황에, 그게 풀리는 순간 둘이 화해하면서 그런 얘기 분명히 할 거예요. ‘자기야, 우리 앞으로 또 한 번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는 바로 연락해서 바로 대화하고 바로 좋게 풀자. 연락 안 되는 거 정말 싫어. 그 순간 감정이 격해져서 연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하는데, 그래도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이런 얘기 분명 하지 않아요?
근데 그것부터가 잘못됐어.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던 경험이 있었어. 항상 싸우고 나면 그 얘기하고, 다음번에 안 지켜지면 또 뭐라 그래요. ‘이전에 싸우고 나서 화해할 때 분명 그러지 말자고 나랑 약속했잖아. 근데 도대체 왜 그러는데?’ 두 번 반복됐지? ‘다음부터 진짜 그러지 말자.’ 그리고 그다음에 또 싸워. 그때는 인내심이 폭발을 하는 거야. ‘내가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되는데? 그러지 말자고 했잖아.’ 이러면서. 그니까 거기서부터가 틀려먹었다고. 애초에 안 돼요. 포기하는 게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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