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인스타그램 DM으로 낯선 사람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어요. 원래 그런 거 안 하는데 유독 간절해 보여서 들어줬죠. 사생활이라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유명 연예인과 썸 타다 잘 안 돼서 힘들어하는 내용이었어요. 마침 비슷한 고민을 가진 간호사분 얘기도 듣고 나니, 문득 제 경험을 나누면 도움이 될 것 같았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지금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라디오처럼 편하게 들어보라고 했어요.
연애할 때 상대에게 더 마음이 가면 힘들어지잖아요. 저는 30대 넘어가면서 ‘사람 다 똑같다, 나보다 잘난 사람도 다 똑같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그걸 어떻게 풀어서 말해줄까 고민하다가 정리해봤는데, 정말 예쁘고 잘생기고 유명하고 돈 많은 사람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저 사람은 날 거들떠도 안 보겠지’ 싶은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을 평생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될까요?
결론은 하나였어요.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 사람보다, 혹은 보편적으로 부족한 게 있다고 느껴서. 20대 초반을 돌아보면, 키도 작지 않고 못생겼단 소리도 안 듣고 성격도 나쁘지 않아 사람 만나는 데 문제없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연애에 있어선 전혀 꿀릴 게 없다고 생각했죠. 그땐 주변 친구들과 비교할 때 ‘능력’이란 게 없었어요. 외모만 비교했죠. 돈 많은 집 친구가 있어도 자기 능력으로 돈 버는 친구는 아니었으니까요.
20대 중후반이 되면서 외모로 뛰어난 사람이 넘쳐난다는 걸 깨달았어요. 외모는 더 이상 내세울 장점이 아니었죠. 30대가 되니 예쁜 여자에 대한 환상보단 능력 좋은 남자가 동경의 대상이 됐어요.
그 능력을 갖추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하나둘씩 쌓아가다 보니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능력 있는 남자들을 따라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비로소 마지막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세상 모든 사람이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달려가고 있다는 걸. 나보다 앞서거나 뒤처진 사람이 있을 뿐, 모두 퍼즐을 맞추는 중이죠. 퍼즐을 다 맞춰 액자에 걸어놓고 바라보는 사람은 60~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밖에 없더라고요. 금수저도 마찬가지예요. 돈은 많아도 다른 퍼즐 조각이 부족할 수 있죠. 내 기준에선 능력이었지만, 다른 사람 기준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금수저도 아니고 60~70대도 아닌 우리는, 그저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퍼즐을 맞춰가는 거예요.
그 액자를 딱 걸면서 ‘아,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이거를 볼 수 있는 그 자격이 되려면은 6~70대가 돼야 비로소 그게 가능하겠구나.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 세대에 우리 주변에, 내 주변에 있는 다 비슷한 처지에 있고 똑같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 퍼즐을 맞춰가기 위해서 달려나가는 사람, 겉보기에는 나보다 잘나 보인다. 그리고 굉장히 나보다 멋있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이 들 수가 있는데, 위축될 필요가 전혀 없는 게 어차피 그 사람 인생을 놓고 그 안에 내막을 이렇게 파헤쳐 보면은 그 사람도 그 사람 나름대로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계속 퍼즐 조각을 맞추고 있을 거 아니야. 용을 쓰고 있을 거 아니야.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만났을 때 위축되고 이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게 사람들은 항상 있잖아요. 남 앞에서는 자기가 잘난 것을 과시하고 싶어 하고 자기 혼자 있을 때잖아.
자기 스스로 혼자 있을 때는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게 돼요. 내가 주변 친구들 만나고 지인들을 만날 때 자기가 잘난 것들을 얘기하고 싶지, 자기가 부족한 부분들까지 끄집어내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잘 없다는 거야. 친한 친구들끼리 뭐 푸념하는 게 아닌 이상 그렇잖아. 누가 뭐 내 힘든 걸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기를 하겠어. 안 그래요. 그러니까 내가 느끼기에 그 사람이 하염없이 막 잘나 보이고 이런 것들이 그 사람이 내 앞에서는 잘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는 거기 때문이고, 나는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볼 수 없어요. 내가 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볼 수 없는 반면에 내가 보는 내 모습은 다 아는 거야. 내가 잘난 것도 알지만 내가 부족한 거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계속 위축되는 거예요. 비교하게 되고 그래서 상대방에 비해서는 내가 못나 보이니까. 부족해 보이니까.
그런 사람이랑 내가 어떻게 만나겠어, 친하게 지내겠어 이런 생각이 다 드는 거지. 그래서 제가 도출해낸 결과가 뭐냐면은 내가 가지게 되는 혼자만의 시간 있잖아요. 그냥 남들 앞에서의 내 모습이 아니라 그냥 내 스스로 있을 때, 내 혼자만의 시간에서 부족함이라는 게 점점 1~2개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남 앞에서 내세울 게 1~2개씩 늘어날 때 있잖아요. 자신감이 생길 때. 그때 남들과 있는 자리에서 그 상대방의 잘난 점뿐만이 아니고 부족한 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지금 이거 되게 중요한 얘기예요.
내가 나를 볼 때 부족한 게 줄어들면서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들이 하나둘씩 늘어날 때,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이전까지는 계속 그 사람들의 잘난 점만 보이고 그 사람의 내면은 볼 수가 없었어, 내 눈 자체가. 근데 이거를 느끼고 나서 경험을 하고 1~2개씩 쌓아나가다 보니까 이제는 정말 잘난 사람을 보더라도 ‘저 사람한테 부족한 게 뭘까?’라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 그거를 딱 보는 순간 제가 맨 처음에 얘기했던 ‘사람은 다 똑같구나’ 이걸 느끼게 됐다고. 내가 너무 나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위축되고 있었구나 이거를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뭐 연애를 할 때든 사람을 만날 때든 그냥 그 사람도 나랑 별반 다를 게 없구나. 실제로 뭐 별반 다를 게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면서 하나둘씩 깨달아가면 그 끝은 항상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겁먹을 필요도 없고 위축될 필요도 없고 그냥 지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정리를 하면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줄이고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을 많이 만들어 나가라는 거예요. 마지막 퍼즐의 1조각을 채울 때까지. 그거를 걸 수는 없어도 퍼즐은 이미 맞춰놔야 되니까. 그러니까 너무 사람한테 치여 가지고 그 사람 기준에서 나를 만들어 갈려고 하지 말고 내 기준에서 나를 만들어 가다 보면은 그 사람은 나를 따라오게 돼 있어요. 그건 진리입니다.
그러니까 아까 전에 간호사분도 그리고 저한테 상담을 해줬던 연예인과 썸을 탔다는 그분도 그 사람 기준에서 너무 우러러보고 그러지 말고 본인 스스로부터 좀 준비를 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여기 계시는 분들이든 모두 다가. 예, 그 얘기를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내용이 얼마나 와닿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여러분들도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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