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언가를 잘못한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화내고 불만을 말하는 과정에서 제가 서운한 게 생겼어요. 제 잘못을 인정하고 충분히 사과한 뒤, 조심스럽게 “아까 화내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좀 속상했고, 화가 나더라도 둘 다 더 좋게 얘기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그걸 왜 잘못한 사람이 정하냐?”라며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꼭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둘 중 누가 화가 나도 그렇게 해볼 수 있지 않겠냐는 뜻이었는데, 남자친구는 화났을 때도 좋게 말해야 하냐며 의아해했어요. 제가 서운하고 속상한 부분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이게 여자들과 남자들의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만약 저도 이 상황에서 확신이 없었다면, 가장 먼저 물어봤을 게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 사달이 났냐?”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당사자분 입장에서는 “내가 잘못한 건 사과하지 않았느냐?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너와 대화하는 도중에 내가 서운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 하지 않느냐?”라는 느낌일 거예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왜 잘못한 사람이 그걸 정하냐?”라고 한 것은, 그 말 그대로 “네가 잘못했는데 왜 네가 그걸 정하냐?”는 의도보다는, 남성분들은 공감할 것 같은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내가 평소에도 네가 서운하다고 하면 안 받아주는 사람이냐? 지금 이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네가 생각하는 나를 내가 생각하는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인 거죠.
그러니까 남자친구는 “평소에 내가 아무 일이 없을 때는 네 서운함을 공감하고 이해하고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러지 못하는 건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이 타이밍이라서 그런 거지. 네가 잘못을 했고, 내가 사과를 받아주면 바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냐?”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속상한 부분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지만, 지금은 너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지 않아. 지금은 네가 뭘 하든 다 마음에 안 든다는 뜻이에요. 사실 남자들은 기본적인 것만 잘 챙겨주면 희생하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에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요. 그런데 평소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몰라주는 느낌이 들거나 내 마음을 무시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는 상실감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제가 유튜브를 보다가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라는 프로그램 짤을 봤는데, 이수근 씨가 사연 신청자에게 “너는 나중에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와서 내가 아내한테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연자가 “어떻게 하시는데요?”라고 물으니, “나는 그냥 다 져준다”고 이수근 씨가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그런 영상에서는 댓글을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댓글을 보는데, 공감 가는 글이 있어서 제가 캡처를 해놨는데, “서로 이기려고 하면 싸우게 된다. 한쪽만 져주면 언젠가는 터진다. 마지막으로, 서로 져주면 이상적인 배려가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이수근 씨가 아무리 아내에게 계속 져주고 이해해줘도, 아내가 항상 이겨먹으려 하거나 져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언젠가는 이수근 씨도 터지겠죠. 하지만 이수근 씨가 져주는 걸 아내도 느끼고 있으니, 아내도 어떤 일이 생기면 이수근 씨를 위해 한 번 더 배려하거나 희생하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게 가장 현명한 관계이지 않을까요? 양쪽 모두가 져줘야 이상적인 배려라고 했잖아요. 그걸 알 수 있으려면 내가 먼저 져줘야 해요.
상대방이 져주는지 안 져주는지를 지켜보다가, 상대가 져주는 것 같으면 나도 져주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싸움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일단 져줘보세요. 한 번, 두 번, 세 번 져주다가도 상대가 내 호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 그때 어떻게 할지 정리하시면 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한 번 접고 들어가 보세요. 그러면 남자친구도 머쓱해지면서 내가 너무 심하게 말했나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때 본인에게 다가올 가능성이 큽니다.근데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저는 좀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좋은 여자를 구별하는 5가지 방법이라는 영상을 제작 중인데, 아마 이 영상이 올라갈 때쯤이면 이미 공개됐을 겁니다. 그 영상에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공과 사의 구분은 여자보다는 오히려 남자 쪽에서 더 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어요. 남자들은 싸우거나 다투었을 때 지인들과의 약속이나 모임이 있으면, 싸운 건 싸운 거고 선약은 선약이라 생각해서 약속부터 나가는 경우가 많죠. 근데 여자들은 감정이 앞서면 그냥 “너 혼자 갔다 와, 나 안 갈래”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싸운 건 싸운 거고, 서운한 건 서운한 거지, 그건 니가 좀 알아줘야 하지 않냐”라는 이유는 뭘까요?
이건 제가 남녀 갈등을 조장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느끼기에 그래요. 자기 감정을 되게 존중받고 싶어 하는 거죠. 하지만 당사자분처럼 이런 사연에서는 “내가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 연락 못 하고 사과하지 않았냐, 그런데 너도 내 서운한 마음을 달래줘야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건 어떻게 그렇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지 참 신기해요.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그냥 남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디폴트 값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여자는 여자도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도 알고 있으면서도, 남자친구나 남편에게는 그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거죠. “니가 그걸 사사건건 들먹이며 꼭 이겨먹으려 들어야겠어?”라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겁니다. 여자들은 “알고 있어도 모른 척해줘”라는 마음이 기본값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들이 모르는 게 뭐냐면, 남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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