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뭔가 석연찮다. 공격 전개 과정과 이기는 방식이 낯익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이 떠오르는 경기력이다.
두 경기만으로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이는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에서 보여줬던 월드컵 예선 출발과 닮아 있다.
한국은 9월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최종예선) 두 경기를 치렀다.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싸우는 B조의 대진은 파울로 벤투 감독 시절과 비슷하게 ‘한국 1+나머지 중동’ 구도로 보인다. 하지만 9월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한국 축구에는 변곡점이 생겼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프로 의식 없는 방만한 대표팀 운영과 아시안컵 4강 탈락의 졸전으로 경질됐고, 5개월 만에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대표팀에 열정적이고 철저한 분석을 제시한 제시 마치, 거스 포옛 등을 뒤로하고, 이임생 총괄이사의 읍소 후 며칠 만에 홍명보 감독이 선임된 것이다. K리그 개막 전까지는 대표팀을 맡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논란 속에서 결정을 번복하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외국인 코치도 선임한 끝에 팔레스타인전과 오만전을 준비해야 했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모였다. 하루 정도의 훈련 후 바로 실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한 손흥민, 유럽 최고의 팀인 바이에른 뮌헨과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김민재, 이강인 등을 보유한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었다. 전술적인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축구를 할지에 대한 색깔은 보여줘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기 내용은 익숙했다.
전방과 후방, 중원의 간격은 심각하게 벌어졌고, 공격에서는 무한 스위칭으로 골을 노렸지만 수비 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한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팔레스타인전은 0-0 졸전으로 끝났고, 추가 시간에 실점할 뻔한 장면도 있었다.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승점 1점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홍명보 감독에게 남은 것은 오직 결과였다. 오만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 했고, 이를 위해 선발 5명을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울산 현대에서 함께했던 오세훈을 전방에 두고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이 그 뒤를 지원하며 공격을 전개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의 콤비 플레이는 전반 10분 만에 득점을 올리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동점골이 필요했던 오만이 서서히 올라오자 이를 대처하지 못했고, 박용우와 황인범은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전반 추가 시간에 오만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후반전은 1-1로 시작되었고, 한국은 주도권을 잡았지만 오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31분 손흥민이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지만, 이는 개인 능력에 가까운 득점이었다. 이후 주민규의 추가 득점으로 경기를 3-1로 마무리했지만, 경기력 자체는 아쉬움이 남았다. 선제골을 넣고도 연속 실점을 하며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친 것은 과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경기력과 비슷했다.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한편, 팬들은 홍명보 감독의 스승인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며, “히딩크가 오만전 경기를 봤다면 분노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금까지 배웠던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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