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은 거짓말로 지어낸 막장 소설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살면서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세 살 많은 형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형에게 많은 것을 빼앗겼다.
어렸을 때는 맛있는 반찬이나 과자 정도였지만 학생일 때는 게임기나 용돈도 자주 빼앗겨야만 했다.
부모님께 울고 화내면서 하소연도 해봤지만, 부모님은 형을 단 한 번도 혼낸 적이 없었다.
항상 형에게 당하기만 하는 성장기를 보내다가 성인이 되었고 나는 결혼하고 싶은 A이라는 운명적인 그녀를 만났다.
부모님과 형에게도 A를 소개했고 구체적으로 결혼 이야기가 오가면서 나는 행복의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4개월 후에 그녀는 임신했다.
아이의 아빠는 나의 친형이었다.
나는 A와 결혼 준비를 하면서 크고 작은 말싸움을 하고는 했는데 형은 A가 나에게 화가 나 있는 타이밍을 노려서 그녀를 꾀었다고 한다.
미안해 너보다 형을 더 사랑해 결혼 준비도 거의 다 했잖아.
이제 식만 올리면 되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이라니 당황스러워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A 의 옆에 앉아있던 형이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보다 훨씬 훨씬 더 매력적이라서 일이 이렇게 돼버렸네 .
그리고 신혼여행이나 예식장도 지금 취소하면 위약금 내야 하잖아.
내가 간단한 해결 방법을 알려줄게.
내가 A와 결혼식을 올리면 돼.
어릴 때부터 뭐든지 빼앗아 가던 형은 내가 정말 사랑했던 A까지 데려가 버렸고 나는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 .
A는 결국 형과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부모님은 내가 아닌 형이 결혼한다고 했을 때 몇 배나 더 기뻐했다.
형의 본성은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는데.
어릴 때부터 누군가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윗사람에게는 아부를 잘 떨고 아랫사람의 위압감을 주면서 자신에게 복종하게 하였다.
사회생활도 잘해서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셋길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형과 A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고 아주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가서 내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1년이 지나고 나는 회사에서 B라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
B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내가 교육담당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호감이 생겨서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 자신과 나의 점심 도시락을 싸 왔는데 굉장히 맛있었고, 나는 그녀의 도시락을 먹을 때마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또다시 1년이 흘렀고 나는 그녀에게 프러포즈했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내 행복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비의 집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
부모님은 굉장히 밝고 유쾌한 분들이셨다.
그러나 여동생은 표정도 어둡고 우울해 보여서 조금 신경이 쓰였는데 동생이 내성적이고 말이 좀 없어.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특히 요즘 왜 저러나 몰라 그래도 너무 기운 없어 보이는데 재는 그만 신경 쓰고 우리 결혼식은 언제쯤이 좋겠어?
우리 부모님께도 인사드린 후에 결정해도 괜찮을까? 당연히 그래야지 우리 결혼식 너무 기대된다.
B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여자 완전히 우울해 보이는 여동생이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비의 부모님께서 좋은 분들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을 만나기로 한 날 B와 함께 미리 예약 레스토랑에 도착했는데 부모님과 함께 형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너무하는 거 아니야. 이런 중요한 자리에 장남을 안 부르려고 했어.
나는 부모님께 형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미리 부탁도 했었는데 부모님께서 형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고 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형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런 나를 무시하고 형은 B의 옆에 앉아서 처음 뵙겠습니다.
이 집의 장남입니다. 안녕하세요. 형의 얼굴을 보더니, 살짝 수줍다는 듯이 웃었다 .
동생의 결혼 상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는데 아주 아름다우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형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는데 나름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게 형은 집에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설마 아니겠지 라고 애써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 보았다.
그날 이후에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에 갑자기 들어가게 되었다.
거의 반년 동안 B와 회사에서만 마주치고 따로 데이트도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B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카페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 사실은 임신했어. 뭐라고 회사 일이 바빠서 거의 만나지도 못했는데 임신을 어떻게 해 아무리 생각해도 계산이 안 맞잖아.
너 아이가 아니니까 그렇지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형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비의 옆에 앉았다.
나는 A에게 배신당했던 일이 생각나면서 심장 박동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형은 아이도 있는 유부남이잖아. 지금 둘이 불륜 관계라는 거야. A가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겠어?
A 는 다시 너한테 돌려줄게. 뭐라고 사실 A한테 이제는 조금 싫증 났거든.
그냥 너의 여자친구를 뺏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좀 잘해줬더니, 금방 나한테 푹 빠져버리고 말이야.
임신까지 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즐길 만큼 즐겼고 지금 나한테는 B만 보인다고 형은 팔로 B의 어깨를 감싸 안으면서 말했고 B는 형의 쓰레기 같은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응 나도 오빠 너무 사랑해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A를 다시 데려가고 내가 B 와 결혼할게.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A도 형한테 미쳤다고 할걸.
A 한테는 이미 전부 다 말했어. A는 좋다던데 나한테 이대로 버림받고 혼자서 힘들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 아니면 너한테 다시 돌아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더니, 너만 괜찮다고 하면, 다시 너한테 가겠다고 했어.
형의 미친 소리는 더는 들을 가치가 없었고 나는 그대로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바보처럼 당하고만 있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날 나는 B의 부모님께 이야기하러 집으로 갔는데 주차장에 형이 자동차가 있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인터폰을 누르려던 그때 잠시만요 괜찮으시면 잠깐 저와 얘기 좀 하시겠어요.
뒤를 돌아보니 비의 여동생이 있었고, 우리는 근처 카페에 갔다. 언니가 불륜을 저지른 거죠. 죄송합니다.
아니요. 동생분이 사과하실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에요. 나는 여동생에게 지금까지의 일을 전부 이야기했다. 너무 힘드셨겠어요. 그럼 저도 제가 알고 있는 언니의 비밀을 알려드릴게요.
사실 1년 동안 오빠가 드셨던 점심 도시락은 전부 제가 만든 거였어요.
그리고 언니는 오빠와 사귀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클럽 같은 곳을 다니면서 다른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어요.
그럼 형의 아이를 임신하기 전에도 계속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말이에요??
나는 큰 충격으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맞아요. 저는 그런 언니를 항상 역겹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집에서 나올 예정이에요.
B의 여동생은 진심으로 언니를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얼굴이 내가 형을 볼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제까지 A를 기다리게 할 거야.
A가 너한테 연락했다는데 전화번호 차단해 놨느냐.
전화를 받자마자 형이 화가 난 목소리로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전화는 왜 해서 이번에 내 연봉이 8000 넘었어.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만큼 못 받을걸 .
축하해 다른 용건 없으면 이만 끊을까? 잠깐만 기다려 나는 B와 재혼하기로 확실하게 결정했어.
네가 A를 데려가면 전부 깔끔하게 해결되는 거잖아.
아무리 연봉이 8000 생활비와 양육비가 이중으로 들어가니까 너무 힘들다고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B의 여동생과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 이후에 급속도로 가까워져서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게다가 반년 정도 열심히 했던 회사의 프로젝트 성과가 좋아서 미국에 있는 본사 발령이 결정이 되었고 B의 여동생과 같이 떠나기로 했다.
나는 외국계 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원래 영어를 잘했고 B의 여동생도 마침 영어학원 선생님이었다.
미국에서 살게 된 우리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결혼을 했고 금방 아이도 생겼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일을 했고 미국 본사에서도 인정받아서 어느새 형의 연봉을 훌쩍 넘는 금액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휴가를 이용해서 정말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연락을 끊고 살았던 부모님과 형의 소식을 알아보았는데 부모님은 귀농을 해서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셨고 형은 놀랍게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와 아이가 호텔에서 쉬고 있는 동안 나는 혼자서 형을 만나러 갔다.
형은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잠깐 쉬는 시간인지 멍하게 앉아있다가 가까이 다가간 내 모습을 알아보고서 이 새끼 너 어디에 있다가 인제 와서 나타나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 형은 내 멱살을 잡으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사라진 후에 A는 이혼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시작했고, B는 자신과 언제 결혼 하냐고 재촉했다고 한다.
형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A 와 B 는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형이 회사에 찾아가서 난리를 피웠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일이 커져서 회사에서도 형의 쓰레기 같은 행실이 알려지게 되었고 임원 회의에서 형의 해고가 결정되었다.
형은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신뢰와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계에서 형의 소문은 퍼져 나갔고 재취업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A가 와 B 위자료와 양육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의 그딴 하소연을 들으려고 온 게 아니야.
그래서 너는 도대체 어디에 사는 건데 ? 나는 미국에서 살고 있어 예전에 형 최고 연봉이 8000이었던가?
나는 지금 두 배는 넘게 벌고 있는데, 나는 결혼해서 아내와 아이가 있고 정말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언젠가 형한테 꼭 직접 말해주고 싶었어.
그럼 잘 지내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거야.
내 말을 듣고 형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내가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좌절감에 빠진 것 같았다.
형은 지금까지 나를 몇 번이나 짓밟고 아프게 했다.
지금 형이 견뎌내고 있는 시련은 모두 자신이 스스로 불러온 일들이었다.
나는 후련해진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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