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인 나는 어느날, 병실에서 호출벨이 울렸습니다.
“환자분 어디가 불편하세요?” 환자가 말하였습니다.
“여기 있는 사과 좀 깍아 주면 안되요?” 환자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사과를 내밀었습니다. 다행이라 생각하였지만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간병인이 그의 아내가 옆에서 곤히 잠이 들어있었습니다.
“환자분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하셔야죠”
마음이 상해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환자들 깰까봐 사과를 깎았습니다. “이왕이면 먹기 좋게도 잘라 주시면 고맙겠소”
할 일이 많은 나는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 생각하며, 부탁에도 대충 잘라 놓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이쁘게 잘라주지’라는 표정이 역력하였으나 이런 일까지 내가 왜?라며 뒤도 안보고 병실을 나와서 다른 환자의 차트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환자는 세상을 떠났고, 어느날 그 아내가 나를 찿아왔습니다.
“선생님, 사실 그 새벽에 사과를 깍아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할려고 왔어요. 그 날이 결혼기념일인데, 본인이 아파 누웠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생각한게 사과였나봐요.
아침에 그 사과를 남편이 제게 결혼기념일 선물이라고 주더라구요. 제가 사과를 무척 좋아하거든요. 손에 힘이 없어 사과를 못 깍으니 선생님께 부탁을 한 것 같아요. 깨어 있었는데 남편마음을 생각하니 차마 일어 날 수가 없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가슴 졸였는데, 그날 사과를 깎아줘서 정말 감사했어요”
내가 뭔 짓을 한거야? 잠깐의 도움을 청한건데 쓸데없는 짓 시킨다고 핀잔을 줬으니 미안해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습니다.
한 평도 안되는 공간이 그 환자분의 전부였는데, 혼자 남을 부인 생각에 뭐라도 해 주고 싶었을 가슴 아픈 사랑앞에서 난 뭐한거냐?”
이럴려고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한게 아닌데, 나 자신에 실망스럽고 부끄러웠습니다. 부인이 제 손을 잡았습니다.
“고마워요. 남편이 나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고 떠 날 수 있게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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